30평대 중년 부부의 집-이라는 분류 속에 아파트도 집집마다 사는 모양새가 다를텐데, 하물며 농촌의 농가는 분류를 나누거나 옆 집과 비교할 수 없는 '생활과 환경의 고유함'이 있을 것입니다.
평소엔 단 둘이 오붓이 살다가 명절엔 스무 명도 넘게 지내야 한다던지, 뒷산 비닐하우스에서 사다리를 가지고 와야 하고, 밭에서 계절마다 보리수, 쑥, 블루베리를 수확해야 하는 그런 생활.
그런 집의 안과 바깥이라는 건 도시의 개념과도 많이 다를 것입니다.
마당, 주차장, 화단, 텃밭, 장독대, 평상, 대청마루, 건조대 또는 작업장, 뒷뜰 혹은 광...
하나의 명칭으로 다룰 수 없고, 강제할 수 없는 자율적 공간이 이 농촌에서는 처마 아래, 덧지붕 아래, 태양광 발전기 아래에서 자연 발생합니다. 그런 쓰임을 위해 방 2개 거실 하나만큼 공들여 바깥을 그렸습니다. 여섯 칸 집의 한 칸은 비워내고 두 칸은 내밉니다. 처마가 깊어지고 얕아지고... 주변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지만 집주인만 알고 있는 어떤 공간, 어떤 구석이 그 아래에 생겨날 것입니다.
촬영 송곳, 이택수